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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상업화 ‘모르쇠’ 교수들은 왜? (교수신문_2015 6 16)
작성자 MML 작성일 15-08-18 10:49 조회 6,145

교수신문 최성욱 기자  (교수신문 2015년 6월 16일)
 
대학상업화 ‘모르쇠’ 교수들은 왜? (스탠퍼드 법대 교수가 말하는 ‘대학의 위선’)


미국의 대학과 교수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한 데버러 로드 스탠퍼드대 교수(법학)의 책이 새삼 화제다. 로드 교수는 『스탠퍼드 법대 교수가 말하는 대학의 위선』(윤재원 옮김, 알마, 2015.6)에서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교육상거래기관으로 바뀌어가는 시류와 여기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는 교수들의 위선적 태도를 매섭게 꼬집는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발간된 『대학이 말해주지 않는 그들만의 진실』이 재발간 된 것이다. 대학의 이면을 깊숙이 파고든 책이 새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건 그만큼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질문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미국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의 운영방식과 교육시스템을 상당부분 차용해 온 한국 고등교육계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교수들은 지원비가 현저히 깎인다거나 의무사항이 늘어나는 등 자신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을 때에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때에도 교수들의 대응방식이라고는 학문적 자유의 깃발 아래 모여 임기 단축과 임용 규모 축소, 지원비 삭감을 단순히 비난하는 것 뿐이다.” 로드 교수는 대학이 교육기관에서 비즈니스센터로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특유의 무관심과 수수방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학내 윤리센터장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날이 한껏 서있다.


로드 교수는 상황이 급변해도 교수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요인의 하나로, 교수직이 다양해져 (비정규교수 증가) 연봉과 이해관계가 제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교수들 사이에서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이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기 침체, 학령인구 감소 등 고등교육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흐름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긴 미국의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로드 교수가 연구, 교수법, 행정, 대학경영에 이르기까지 대학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교수들과 연결시키는 이유는 의사결정과정에서부터 교수들이 이기적 욕망을 드러내는 탓이다.


그는 현재 미국 고등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이해당사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무엇이 문제인지 매듭짓고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로드 교수는 대학의 위기설에 오랫동안 시달려온 교수들은 진부한 주제가 형태만 변형되어 다시 등장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오늘날의 문제를 에누리해서 듣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치 지루하지만 의무감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졸업식 청중과 같다”고 빗대었다. 특히 교수들은 종종 고등교육의 현상에 관한 권고를 ‘정중한 무관심’ 즉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는 자신감과 대학기관이 어찌 되었든 헤쳐 나갈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볍게 여긴다는 것이다.


교수들의 나른하리만큼 관성화된 인식은 실제로 미국 대학가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핵심 교과과정을 둘러싼 논쟁’ 에서다. 최근 미국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급변하는 시대에 학생들에게 무엇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것인지였다. 예컨대 리더십, 의사소통 능력, 분야별 기본개념,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융복합적 사고 등이다. 어떤 과정을 의무화 하고 어떤 과정을 필수 교과과정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관해 의견충돌이 벌어졌지만, 얼마 못가 잠잠해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로드 교수는 “근본적인 관점의 대립이 해소되어서라기보다, 끝없는 논쟁에 지치고 씨름하느니 실용적인 타협을 하는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분위기 탓”이라며 “교육에 관한 논의도 학생들이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쏟다보니 정작 교수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스스로 대학의 가치를 훼손하고도 시종일관 안이한 태도를 취하면서 고등교육이 맞은 최대 과제 ‘온라인 교육’ 조차 수익방안의 일부로 치부한다는 건 우려된다. 로드 교수는 “여타 공인 기관과 학점체계가 연동된다며 응시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자격증 취득과 취업률에 대해서도 허세 수준을 넘어 거의 사기에 가까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대학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교육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로드 교수가 찾은 해법은 무엇일까. 그는 교수가 자신이 제공하는 수업과 서비스에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유인할 수 있는 평가와 보상체계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더불어 비정규교수들의 신분과 대학 내 역할을 한층 더 명확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로드 교수는 그러나 “해결책은 원칙적으론 분명히 제시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론 요원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방안이든 학문자유의 영역을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위선’을 ‘교수의 위선적 측면’에서 파헤친 로드 교수도 결국엔 다시 돌아왔다. 교수들이 본연의 역할인 지적 탐구와 함께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학자적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수들의 책무성은 문화비평가이자 교육학자인 제인 톰킨스의 말을 인용해 에둘러 주문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내 일이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그 방해요인이 정작 ‘나의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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