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을 살려야 한다
민경찬 논설위원 [교수신문 (2018. 10. 22)]
세계는 현재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다. 연구자는 물론 대학원생의 글로벌 이동도 갈수록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우리의 IT기업 경영진들에 따르면, 특급 개발인재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스타트업·벤처, 대기업 모두 인재 확보와 지키기가 전쟁이라 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영역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에릭 슈밋 등 IT 대기업 CEO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이민법을 개혁하며, 미국 내에서 배출한 외국인 대학원 졸업생들을 유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은 2017년 60만8400명이 해외로 유학 나갔고, 석?박사, 박사 후 학위자 22만 7400명이 귀국하였는데, 인재 쟁탈전이 벌어졌다. 유럽, 캐나다, 브라질 등도 석?박사 과정의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선진국들이 대학원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산업화 과정에서는 학부 졸업생이 중심이 되었지만, 지식, 디지털 시대에는 지혜를 포함한 고도의 지적 역량이 필요하므로, 대학원 졸업생을 국가, 사회 발전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대학원 교육을 혁신과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인식한다. 이는 이공계열 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예술을 포함한다. 미국의 IT 기업 창업자 가운데 컴퓨터, 공학 전공은 37%밖에 안 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대학원 교육을 국가의 공공재로 의미 부여하기 보다는 대학원생 각자의 진로를 위한 경력 관리 차원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학부생들에 대한 정책적 비중에 비추어보면, 대학원생들에 대한 정부나 대학 본부의 관심은 매우 미약하고, 대개 지도교수의 몫으로만 생각한다. 현재 우리 대학원 생태계는 진학률 감소, 교육내용과 질, 학습 및 연구 환경, 해외 유학생 관리 및 지원 환경, 그리고 대학원 유형별 기능의 애매함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대학원생들은 학생과 조교 사이의 정체성, 불확실한 진로 등 여러 불만들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2014년 10월에는 대학원생들이 살인적인 등록금, 열악한 환경 등을 외치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을 정도니, 대학원 교육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의 저출산`고령화 상황에서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고급 우수인재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 여기에서 대학원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일반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 77.8%, 박사학위 취득자 70.3%는 대학을 떠나 사회로 나갔다.
그러므로 대학원의 역할을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넘어 사회로 진출하여 국가의 역량과 품격을 높이는 인재를 키우는 것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적 호기심에 기반한 전공지식은 물론 새로운 변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먼저 대학 및 전공별 ‘인재상’을 세우고, ‘교육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감각, 교수법, 글쓰기, 소통능력, 팀 역량, 프로젝트 관리, 경영, 리더십 등 핵심역량들도 개발토록 하여 진로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대학, 정부의 협업이 중요하다. 기업은 대학원생에 대한 기대,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며, 대학은 교육과정, 성공적 졸업, 학위 개념, 학위 취득 기간, 진로정보, 멘토링, 체험 및 훈련 등에 대한 혁신을 고민해야 하며, 정부는 전문과학석사를 비롯한 직업석사 등의 혁신적 학위과정 개발,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행`재정 지원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중국은 핵심 대외전략인 ‘일대 일로’ 정책 추진에 따라 작년에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37개의 관련 국가로 6만 6,100명을 유학 보냈다. 우리도 석`박사급 인재의 양성과 활용에 대한 정부나 대학 차원의 큰 정책이나 글로벌 전략이 필요한 때다. 미래 대비를 위해 대학원에 새로운 영혼과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