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취업 사관학교가 아니다
교수신문_2021 6 29
김병희 교수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대학의 교과과정이 오로지 취업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진단)에서 졸업생 취업률 56%를 최소한 갖춰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준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대학의 모든 교육역량이 취업률 제고에 집중돼 대학의 고유한 가치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필자도 예비 졸업생의 취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그렇게 노력한 이유는 가르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였지, 교육부가 제시한 취업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불안한 몸부림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대학이 취업률 제고를 중요한 목표로 삼았던 시점은 이명박정부 시절의 신자유주의 물결이 판을 치던 때였다. 당시의 교육부장관은 대학이 취업을 책임져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했었다.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해결할 일을 대학에 전가한 모양새였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데도 일자리 창출이 여의치 않자 대학 교육의 방향을 취업 위주로 선회할 것을 주문한 것. 당시에도 이미 한물 간 경영 이론이었던 식스 시그마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대학경영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 후 4년제 대학에서는 2년제 대학에서 주로 맡았던 실용 과목들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 지금은 2년제 대학도 고사시키고 4년제 대학도 무늬만 종합대학이지 내용면에서는 2년제나 진배없는 대학이 돼버렸다.
젊은 청춘들의 취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대학 교육 전체가 취업률 제고에 매진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학습 편식증이 심해져 언젠가 교육 영양의 심각한 결핍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은 학과를 불문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정녕 바람직한 것인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무조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한다. 이런 현상은 가르치는 교수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청년은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자극받기를 원한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말이다. 교수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 그치기보다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자극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필자의 대학시절을 되돌아봐도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은사님께서 말씀하진 정신적 자극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대학의 교과과정과 교육 내용이 취업에만 집중되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이런 교육에서는 어떠한 정신적 자극도 기대할 수 없다
단언컨대,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가 아니다. 100세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취업률은 일자리 창출을 담당하는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책임져야 한다. 정부에서 할 일을 대학에 전가하지 말라.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뻐꾸기의 탁란(託卵) 습성과 같다. 대학이 취업을 책임지는 곳이어야 한다면 우리 앞에는 암울한 내일만 다가올 터. 정치가 오늘을 지배한다면 교육은 내일을 지배한다. 백년대계라는 대학 교육의 본질을 깊이 숙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