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Re: 공부의 기본은 ‘생각하는 힘’ (교수신문_2021 12 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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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ML | 작성일 | 21-12-21 18:17 | 조회 | 2,556 |
공부의 기본은 ‘생각하는 힘’ 황영미 2021.12.17 [교수신문 http://www.kyosu.net]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로서는 고등학교 교육이 끝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후련할 것이다. 아쉽다는 것은 학업이나 생활을 조금 더 알차게 했어야 하는 데에 대한 후회 때문일 것이다. 후련하다는 것은 진로가 정해졌다면, 졸업 후 앞으로 갈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대한 기대나 앞으로 펼쳐질 진로에 대한 기대 속에서 입시지옥에서 벗어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고3 때는 대학에 가면 공교육에서 고정된 교과목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고 듣고 싶은 교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시간표를 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가 됐다. 2020년 우리나라 교육부 지표에 따르면 고등학생 70%가 대학에 진학을 한다고 한다. 고등학교 교육은 기본적으로 청소년기에 필요한 교육 내용과 품성 및 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고, 또한 다음 단계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이 우선시 되면서 실제적으로는 객관식 지표인 수능을 위한 지식 학습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문제은행식 훈련이 잘된 학생들이 점수가 높게 나오는 수능에서 사고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을 이처럼 암기 위주의 객관식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대학에서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어려운 개념어가 잔뜩 들어간 책을 혼자서 읽고 이해한 후 리포트를 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스스로 탐구,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과정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대학에 오면 지식인으로서 학문을 연구한다. 수능의 객관식 문제를 풀기 위한 교육을 받던 학생들이 곧바로 대학에서 학문을 연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2000년 이후 대학의 교양교육이 체계화돼, 교양학부나 학부대학이 따로 편재돼 1학년들의 학문 연구의 바탕을 위한 글쓰기, 토론 등의 수업 방법을 통해 1학년 전체 교양필수 교과로 가르치고 있다. 이를 대학마다 기초교양, 교양기초 등으로 명명한다. 대부분의 기초교양 교과목에서는 환경, 미래, 과학, 예술, 철학, 여성 등을 주제로 하여 고전으로 불릴 만한 텍스트를 읽고 발표하고 글을 쓰며, 현재 우리 사회의 현안이 되는 정책, 가치, 사실 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교수자들은 지식정보 위주의 강의는 최소화하고 조력자인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대신 학생들은 수업에서의 발표를 위해 스스로 탐구해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논리적·비판적 사고가 바탕 이러한 수업 방식은 해외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미 하고 있다. 지인의 딸의 한 사례를 들자면,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이 학생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게 됐다. 미국 수업에서의 발표를 위해 온갖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외워서 발표를 하던 이 학생에게 선생님은 ‘그것은 책이나 자료에 있는 내용이다. 그것에 대한 너의 생각을 발표하라’고 하자 이 학생은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수행평가 등에서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여 발표하거나 글로 제출하면 늘 칭찬을 받았었고, 자신의 생각이 없다며 핀잔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암기보다는 사고력 훈련을 강화하는 수업을 하며, 국내에서도 대학에 오면 고등학교와는 달리 논리적, 비판적 사고 교육이 바탕이 된다. 비판적 사고라고 하여 ‘비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면 안된다. 비판(criticism)이란 적절하게 구분하고, 구분한 것들을 비교 및 평가하면서 결정(판정)한다는 것이다. 즉 지식이 판단과 본질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보면, 논리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가 대학 교육의 중심이 된다. 비판적 사고의 초석을 다진 교육학자 존 듀이는 “비판적 사고란,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기존의 무언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의문, 탐색, 대조와 캐묻는 과정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는 의문을 갖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과정인 것이다. 수능 성적 낮아도 생각 많은 학생이 두각 대학에 오면 해당 텍스트를 위한 문제집도 없고, 참고서도 없다. 당연히 대학의 학문연구를 위한 학원이나 과외도 없다. 학원이나 과외에 익숙해져 있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학생들은 아무리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성적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수능성적은 낮더라도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한 학생이 대학에 오면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논술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서 성적을 잘 받는다. 대학에서는 한 학기당 15주 동안 주당 15학점에서 20학점 정도를 수강하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받던 8시간 교실 수업의 반도 안 되는 수업시간이다. 게다가 방학이 11주나 된다. 그러나 대학에 가면 이제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며 취미생활에 매진하며 지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학은 노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다. 대학에서 성적을 잘 받으려면 주어진 내용, 교수자가 강의하는 내용만 공부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탐구하고 사고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오롯이 혼자 해야 되는 것이다. 학문이란 기존의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돼 왔는지를 학습하고,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탐구해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덧보태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며, 이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그러므로 대학에서의 공부는 지식정보를 아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익힌 지식정보를 삶에 적용해 바람직한 삶을 사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 공부는 인문학이 바탕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박사 학위의 원어가 PhD (Doctor of Philosophy)이며 이를 직역하면 철학박사인 것이다. 생각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철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신적인 명상과 자아실현을 통한 행복이 최고의 선이라고 하였다. 현재 고3 학생들은 대학에 가면 학문을 즐기며 주체적 삶과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