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대학평가항목으로 부적절
교수신문_2015.03.30. 박민수 전 경성대 교수협의회 의장
요즘 대학마다 구조조정, 학과 통폐합, 평가지표 등으로 어수선하다. 얼마 전 발표된 4년제 일반대학의 평가 항목 시안만 보더라도 11개 평가 영역에 24개의 평가 항목, 38개에 이르는 평가지표들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만 보면 아주 정교하게 구성돼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저 항목의 나열일 뿐, 근본적인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나무를 평가한다면서 나무의 줄기나 뿌리는 도외시 한 채 나뭇잎만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이러한 평가 지표로 대학의 등급을 매기고, 대학의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고, 더 나아가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식의 평가방식은 결국 평가의 본질과 목적을 실종하게 만들고 교육에 매진하게 해야 할 아까운 시간과 인력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평가 지표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졸업생 취업률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비롯한 문제의 대부분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 취업률로 귀착된다.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대학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는 별 관계가 없는 평가요소로서, 오히려 교육을 뒷전으로 물러나게 왜곡시키는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취업률이 대학평가 항목으로서 부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취업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대학의 임무가 아니다. 일자리가 많으면 자연히 취업률은 높아지는 게 순리다. 전반적으로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의 취업률에 대한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대학의 몫이 아니라, 정부 그리고 기업을 비롯한 이 사회의 몫이다. 대학은 이러한 일자리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도록 충실히 교육을 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이러한 의미에서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고 이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정부나 기업이 주도해야 할 일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둘째, 취업률로 인한 비교육적인 문제가 발생해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취업률이 대학 평가에 있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보니,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교육현장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될 편법이 난무한다. 단기 취업, 취업 체험, 잡매칭이니 온갖 유사 취업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억지로 취업한 졸업생들에게 유지취업률을 높인다는 구실로 3개월 만이라도 직장에 남아 있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교육현장을 황폐하게 만들고, 비교육적인 편법을 대학에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취업률로 인한 구조조정은 학문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요즘 대학의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내 갈등이 심하다. 구조조정의 기준이 되는 것도 역시 취업률이다. 소위 ‘문사철’이라 부르는 인문학은 애초에 취업을 전제로 하는 학문이 아니다. 인문학은 대학을 나온 교양인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고, 인문학적 지식을 통해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나 나아가 창의성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취업에 불리하다고 학과를 없애버린다면 단지 몇 개 대학에서 한 두 개 학과가 없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전공을 하는 인력들이 활동할 주 공간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결국 나라 전체에서 인문학이 사라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장차 이 나라의 대학에서 누가 이러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것은 학문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취업률은 교육결과에 대한 평가다. 그렇다면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단순한 취업률로 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산물인 졸업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며 정확하다.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졸업한 학생의 임무 수행능력을 현장에서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가하게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학에서는 당장의 취업률에 급급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졸업생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충실한 교육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과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대학교육은 교육에 투입되는 재정에 의해 결정된다. 교육에 투입되는 재정이 풍부하면, 우수한 교수는 물론 교육환경이 좋아지고 이는 결국 충실한 교육으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사립대학의 경우, 다른 어느 평가항목보다도 재단의 전입금이 평가의 핵심이 돼야 한다. 필자는 대학을 평가하는 수많은 평가지표보다 단 한가지, 재단전입금 하나만으로도 대학의 평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재단전입금을 늘리면 자연스레 충실한 교육여건이 조성된다. 그러한 능력이 안 되는 재단은 퇴출되게 될 것이므로 구조조정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다. 평가방법은 여러 평가요소를 나열한다고 객관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핵심 요소를 기준으로 가장 단순하게 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