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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과의 공생․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 _강찬수 박사 (한국과총 Webzine)
작성자 이규호 작성일 11-11-30 12:39 조회 7,537

미생물과의 공생․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http://online.kofst.or.kr/Board/?acts=BoardView&bbid=1071&nums=5827]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두문불출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또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한숨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박테리아(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프리온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미생물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된 것이다.

- 보이지 않지만 결코 무시 못 할 존재
올해 50세인 마이클 잭슨은 지난 2월 검은 안경과 모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병원을 오가는게 목격됐다. 거듭된 코 성형수술 과정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기존 항생제가 통하지 않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3월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으로 에이즈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 구호단체는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콘돔 사용은 에이즈 바이러스(HIV)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행동 계획이라고 프랑스는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인 10명 가운데 4명은 교황의 퇴임을 바란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봄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미국 쇠고기에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들어있어 이를 먹을 경우 광우병에 걸릴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보다 프리온의 위험이 과장된 것이 원인이지만 정부가 대미 협상과정에서 안이한 자세를 보인 탓도 컸다.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대통령은 거듭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등장하는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뉴스 가운데 미생물과 관련된 것은 수없이 많다.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오고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생물이라고 과학뉴스에만 비치는 게 아니다. 사회뉴스와 국제뉴스, 경제뉴스에도 곧잘 등장한다. 당장 2009년 4월 9일자 중앙일보 사회면에 ‘에이즈 감염 혈액 3명에 수혈’, ‘우리 집 냉장고 속 음식 안전할까?’란 제목의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앞의 기사는 당연히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헌혈한 혈액이 바이러스로 감염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효소면역검사측정법(EIA)이나 핵산증폭검사(NAT) 등의 어려운 용어도 따라 나온다. ‘냉장고’ 기사는 햄, 소시지 같은 음식에서 세균이 얼마나 검출됐는지를 담고 있다. 또 4~5℃의 차가운 냉장고 속에서도 세균이 계속 자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생물학이 바탕에 깔린 뉴스다. 이처럼 하루하루 뉴스 속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 지를 살펴본다면, 일상생활에서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를 금방 알 수 있다.
 
-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
사람들이 늘 접하는 장소에서 미생물이 나타난다는 것은 미생물 관련 뉴스 가운데서도 가장 흔하다. 특히 화장실 변기보다도 전화 송수화기, 사무실 책상, 컴퓨터 키보드,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서 더 많은 세균이 검출된다는 것은 단골 메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버튼이나 쇼핑카트 손잡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놀이시설의 세균 오염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의 경우 화장실 변기 시트보다 400배나
더 많은 세균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분주한 병원이나 의사 사무실 내의 컴퓨터 자판은 세균으로 가득 차 있다.

터키의 연구팀이 병원 수술실과 집중치료병동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200명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조사한 결과, 단말기 8대 가운데 1대꼴로 슈퍼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발견됐다. 이 뉴스가 지난 3월 보도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지폐도 세균과 바이러스에 오염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보도된 스위스 제네바 대학팀의 조사에 따르면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폐 위에서 17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지폐 위에서 24시간 내에 죽지만 사람의 점액이 묻은 더러운 지폐에서는 훨씬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함에서도 다량의 세균이 검출된다. 2007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지역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의 덮개 손잡이에서는 일반세균이 100㎠당 평균 66만 마리(CFU)가 검출됐다. 지하철 손잡이에서 검출된 세균의 770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장균과 함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도 검출됐다.

생활환경 곳곳이 미생물로 오염된 상황에서는 손을 자주 씻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면 그 세균은 두 세 시간 후 상대방의 입 안에서 검출될 확률이 3분의 1이나 된다고 한다.

- 먹는 물, 마시는 공기에도
1990년대를 통해 국내 수돗물, 생수, 정수기 등 먹는 물 관리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1989년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됐고, 1991년과 1994년에는 낙동강에서 페놀과 벤젠 오염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수돗물 세균․바이러스 검출 논쟁이 한몫을 했다.
 
수돗물 세균오염 논쟁은 1993년 서울대 김상종 교수팀의 연구결과 발표로 시작됐다. 서울지역 정수장에서 생산·공급한 수돗물에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일반세균이 검출됐고, 병원성 세균도 나왔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와 당시 환경처는 공인된 조사 방법이 아니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추가검사에서도 세균은 검출됐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1996년 세균 검사방법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생물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김 교수는 1997년 수돗물에서 무균성 뇌수막염과 급성 장염을 유발하는 엔테로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또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김 교수가 미국 환경청(EPA)에서 규정한 세포 배양법이 아닌 유전자분석법(농축한 수돗물을 동물세포에 접종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맞섰다. 5년을 끈 바이러스 논쟁은 2002년 환경부 조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마무리 됐다. 전국 정수장은 소독시설을 보완해야 했다.

수돗물 논쟁의 와중에서 약수터와 지하수, 생수는 물론 정수기로 거른 물도 미생물로 오염돼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환경부가 전국 지하수 300곳을 조사한 결과, 104곳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최근에는 상수원에서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조류가 자라면서 수돗물에서 흙냄새가 나는 경우,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기 중에도 미생물은 늘 떠다닌다. 지난 1월 환경부는 노래방과 주점의 경우 부유세균 기준 초과율이 30~4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좁은 공간 속에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에서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공기는 쉽게 오염된다.

찜질방이나 목욕탕 공기는 레지오넬라균으로 오염된다. 제3종 법정전염병인 레지오넬라증은 기침, 고열, 인후통, 흉통 같은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냉각탑, 에어컨, 샤워기 등의 내부에 고인 물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오염된 공기를 마셨을 때 발
생한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는 다중이용시설 중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되는 곳은 7%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종별 오염비율은 찜질방이 12.3%로 가장 높았고, 목욕탕이 8.4%, 호텔ㆍ여관이 7.9%, 대형빌딩 7%, 온천 6.5% 등의 순이었다.

실내공기 뿐만 아니라 ‘봄의 불청객’ 황사 먼지 속에서도 다양한 곰팡이 포자가 검출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 대서양을 건너는 흙먼지 속의 미생물이 카리브해 연안의 산호초를 파괴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흙먼지가 자외선을 차단하고 대서양으로부터 습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죽지 않고 바다를 건널 수 있다.

- 부패 vs 발효
김치와 간장처럼 한국인은 다양한 발효식품을 발전시켜왔다. 부패 없이 식품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발효는 사람에게 이로운 미생물이 먼저 식품을 점령하면 해로운 미생물이 자랄 수 없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부패와 발효는 어떤 미생물이 먼저 차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발효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을 오래 보관하려면 소금과 설탕을 넣어 짜게 하거나, 말려서 수분을 줄여야 했다. 황태나 과메기는 추운 겨울 얼고 녹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되는 ‘동결건조’ 방법이기도 하다. 냉장고 널리 보급된 요즘도 식중독 사고는 계속된다. 2007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전국 주부 1530명을 대상으로 질문을 결과, 전체 식중독 경험건수 272건 중 19.1%는 집에서 만든 음식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응답했다. 주부들 가운데 식품의 냉동보관온도, 칼, 도마, 행주 등 주방용구의 세척․소독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다. 2009년 조사에서도 음식물 국물이 묻어있어 세균이 자라는 냉장고 속에 지나치게 오랜 기간 식품을 보관하는 바람에 냉장고 속 음식 재료에서도 식중독균이 검출된다.

외국에서도 미생물에 의한 식품오염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땅콩버터가 변질돼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에서는 피스타치오가 살모넬라에 감염돼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 공장의 위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쇠고기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돼 방역당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대장균 O157:H7은 독소를 만들기 때문에 이 세균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으면 설사, 복통 등을 겪게 된다.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수입된 원두커피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올 들어 대만에서는 300마리가 넘는 개가 떼죽음 당했다. 동물 사료로 쓰기 위해 파키스탄에서 수입한 옥수수가 아플라톡신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도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다.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지하수를 식품재료 세척 등에 사용하면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장염,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고 탈수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염력이 매우 강해 사람에서 사람에게 쉽게 퍼진다.

- HIV, AI 등 바이러스와의 전쟁
에이즈와 조류인플루엔자 등 21세기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류가 바이러스를 상대로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도 나온다. 1983년 처음 발견된 에이즈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에이즈는 지금까지 6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현재도 3천300만 명이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몸속에 갖고 있는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에이즈는 아프리카나 미국 같은 곳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1985년 첫 감염자가 발견된 이후 2008년 말까지 총 6천12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9월 6천897명이 에이즈로 사망하는 바람에 사망자 1위의 전염병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내에는 에이즈 백신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체계가 손을 쓸 수 없고, 유전적인 변이가 쉽게 일어나 매우 다양한 에이즈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섹스에 대한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태도가 에이즈와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콘돔 사용에 반대한 것은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문제다. AI로 인해 가금류나 야생조류만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죽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139명이 AI로 인해 숨졌고,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월 1일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번지기 시작한 AI가 5월 12일 경북 경산, 경남 양산에 이르기까지 11개 시·도, 19개 시․군․구에서 33건이나 발생했다. AI 방역 과정에서 닭․오리 846만 마리를 땅에 묻어야 했다. 또 보상금과 닭․오리 수매자금, 경영안정 융자 등에 모두 2천637억 원의 돈이 투입됐다.

-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길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미생물이지만 이를 없애려고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사용한다면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강과 하천에서, 그리고 돼지고기 같은 음식에서도 항생제가 검출되는 상황에서는 항생제 내성 세균의 역습,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몸이 아파도 마음 놓고 수술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국내에서는 ‘슈퍼결핵’, 광범위 내성 결핵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238명이나 된다고 발표했다. 광범위 내성결핵은 오래된 약물인 아이나와 리팜핀 뿐 아니라 최근에 개발된 퀴놀론계 항생제와 주사제까지 듣지 않아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결핵이다. 일반 결핵이 약물치료로 쉽게 감염력이 없어지는 것과 달리 슈퍼결핵은 치료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미생물을 없앨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몸은 인간 세포와 세균이 생명에 필수적인 기능을 상호 의지하는 ‘공생체’라는 것이다. 너무 청결한 생활환경이나, 항생제 남용으로 공생하는 세균을 없애버린 탓에 전에는 겪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위생적으로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병에 잘 걸린다는 이른바 ‘위생가설’이다. 최근 들어 아토피피부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약간의 먼지가 아기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라든지, “알레르기를 앓지 않게 하려면, 아이들을 좀 더 더럽게 키워라” 같은 목소리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미생물을 찾아 활용하는 것도 또 다른 공생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해안을 오염시킨 기름이나 물·토양을 오염시킨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도 있다. 온실가스를 없애고 바이오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조류, 식물체의 리그닌을 분해해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미생물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에 처한 인류와 지구생태계를 구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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