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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 논란' (교수신문 기사 모음_2012 6 ~9)
작성자 이규호 작성일 12-09-12 12:21 조회 3,528
수정 청원은 ‘학자적 양심’? … 비판 잇따라
2012년 06월 12일 (화) 윤상민 기자
 
그동안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져 온 진화론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일 <네이처>는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회장 이광원, 이하 교진추)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제출했다. 그동안 단 한 건의 진화론 정정 청원도 수락하지 않았던 심의위원들은 이 두 건의 청원을 받아들였고, 이후 3개의 출판사에서 해당 내용을 수정 혹은 삭제했다.
 
교진추 이광원 회장은 “과학교과서에 허위나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만물의 기원을 소개하는 것은 학생들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진화론의 사례를 교과서에서 삭제하자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등학교 생물교사 출신이다. 교과서 진화론에 타격을 입힌 교진추는 2008년 발족한 단체다. 140여명의 회원이 있고 산하에 40여명의 교수, 연구원으로 구성된 학술위원회가 있다. 일 년에 4회 정기적 모임을 갖고 집필, 연구를 분담한다. 그러나 진화생물학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전창진 경북대 교수(생명과학부)는 진화론을 인정한다. 전 교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칠 수 없다고 학자적 양심을 토로하며 청원에 참여했다. 그는 “1984년 국제시조새학회에서 이미 새라고 판명을 내렸고, 헥켈의 진화재연설도 1997년 <네이처>에서 대사기극이라 발표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과서에는 이 내용이 실리고 있다. 창조와 진화 문제를 떠나 ‘학문적 살해 행위’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청원이 받아들여짐으로 교과서진화론 개정에 탄력을 받은 교진추는 생물분야를 넘어서서 지구과학, 화학 분야까지 교과서 진화론 오류 바로잡기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진추는 오는 16일 서울역에서 일반인이 참여하는 포럼을 연다. 그동안 미온적 입장을 보였던 진화론 과학계는 이번 창조론자들의 ‘도발’에 크게 당황한 눈치다. 무대응에 대한 이유를 밝힌 장대익 서울대 교수(생물진화론)는 “대처해주는 것 자체가 그들의 이름을 올려주는 일이다. 창조론 진영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전 국민이 배우는 것이다. 이 상황이라면 끝까지 링에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진화론 과학계가 앞으로 강경한 대처를 할 것임을 밝혔다. 현재 장 교수는 한국생물교육학회(회장 김경호, 공주교대․과학교육과)를 비롯해 6개 학회가 가입된 생물과학협회와 연대해 청원무효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시조새도 현생 조류의 일부가 불분명한 것이지 공룡에서 나왔다고 밝혀졌다. 이 논문이 게재될 때 진화론자들은 오히려 창조론자들이 이를 오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생명의 자연발생(화학진화)은 불가능하다’, ‘소진화가 모여 대진화가 일어나는 일은 없다’등의 교진추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교진추가 스스로를 한국창조과학회(회장 이웅상 목사)와는 무관한 단체라고 이야기하지만, 클릭 몇 번이면 금방 사실관계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 교과서위원회 배너를 누르면 교진추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화학)는 “이슈화시키려는 창조론자의 의도가 아니라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논쟁이다. 200년 전 다윈 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논쟁을 새삼스럽게 이슈화시키는 것이 이상하다”며 언론의 과잉보도 자제를 요구했다.
 
'시조새' 논란
2012년 07월 03일 (화) 김영철 편집위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호기심(curiosity)'의 동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생물의 역사 등에 관해 끊임없이 '왜?'라는 물음을 던져 온 게 인간의 역사이다. 그 가운데 자리 잡은 호기심의 핵심이 이른바 '창조론'과 '진화론'이다. 인간 생명의 기원을 절대자의 창조로 보는 신앙적 관점과 단지 진화 과정의 산물로 여기는 견해로, 이 둘의 대립적 관계는 치열하다.
 
최근 과학계를 후끈하게 달구고 있는 '시조새'를 둘러싼 논란도 이의 한 맥락이다.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시조새 관련 내용을 창조론을 옹호하고 있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교진추)가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며 교과서 개정 청원서를 제출한 게 그 발단이다. 교진추는 이 부분과 관련해 수정 또는 삭제한다는 답변을 교과서 출판사로부터 받아내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한국고생물학회 등 진화론 옹호단체가 이에 반발, 정부 해당 부처인 교과부가 과학계의 견해를 들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일단 논란은 숨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다.
 
1억5천 만 년 전 살았던 시조새가 오늘 우리 앞에 다시 논란의 불씨로 날아다니고 있는 형국이지만, 솔직히 말해 그 시대에 살아보지 않았던 관점에서 이렇듯 제기되는 학설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시조새가 파충류인 공룡과 조류의 중간자적 생물인지, 아니면 창조론자 주장대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새(鳥)인지를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런 주장들은 하나의 가설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논란을 이기고 진다는 이른바 '승부의 개념'으로 보고 사생결단 적으로 대하는 종교와 과학의 대립이 볼썽사납다는 점이다. 과학은 객관적 근거와 재현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이런 차원에서 과학은 인간의 역사와 생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종교는 진화를 바탕으로 한 과학을 설득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종교적 신념을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 과학이 종교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고, 또한 종교가 과학적 사실(진화론)을 충분히 반박할 수 없는 한 종교가 과학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맹점을 서로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립되는 양자 사이에서 취할 관점과 태도가 마땅치 않다. 그러나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와 과학을 대하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교황 비오 12세는 지난 1950년 진화론과 창조론의 핵심인 신앙 상 교의의 공존을 인정했다. "인간을 창조해서 영혼을 불어넣은 것이 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가톨릭교도에게 사람의 육체의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허용 한다"는 '후마니 제네리스(인류)'라는 회칙은 그런 점에서 상당한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 및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교도권(NOMA, non overlapping magisterium)' 이론을 제시했다. 종교와 과학의 경계를 '겹치지 않는 교도권'으로 보고 이 두 영역은 겹치지 않으며 따라서 충돌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이 또한 이번 시조새 논란과 관련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시조새 논란’을 보면서
2012년 07월 16일 (월) 허민 전남대·지구환경과학부
 
2011년 7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실렸다.‘ 시조새’가 새의 조상이 아니라 깃털 달린‘공룡’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였다. 시조새와 깃털공룡을 연구해 온 수싱 중국학술원 척추고생물고인류연구소 박사가 중국 라이오닝에서 새로 발굴한 깃털공룡 화석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샤오팅기아(Xiaotingia)’라는 이름의 깃털공룡 공룡과 새의 진화 이론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였다. 샤오팅기아 깃털공룡은 닭보다 작은 소형 공룡으로, 언뜻 봐서는 이전에 발견된 깃털을 가진 수많은 수각류 육식공룡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조새와‘사촌’지간인 이 샤오팅기아는 두개골의 모양이나 눈구멍(안와)의 모양과 크기, 비공의 위치, 치골의 형태와 방향, 어깨뼈의 길이, 발가락의 모양과 상대적 길이 등 형태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조류보다는 공룡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따른다면 샤오팅기아가 속한 상위 분류군인 ‘시조새류(아르카에오프테리스류,Archaeopterygydae)’ 역시 소형 육식공룡인 데이노니코사우르류로‘소속’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1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새의 조상’으로 불리던‘시조새(아르카에오프테릭스,Archaeopteryx)’가 원시조류가 아닌 깃털공룡의 일종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Lee and Worthy>(2012)는 이 논문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자신의 방법에 의해 시조새는 가장 원시적인 조류임을 주장하는 반박 논문을 <Biology Letters>에 게재했다. 이러한 학계의 논쟁이 촉발된 것은 조류만의 유일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깃털이 최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수각류 공룡들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깃털의 존재 유무만으로 조류를 정의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 논쟁은 조류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 깃털 이외에 어떠한 골격학적 특징을 더 중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조새의 진화상의 위치를 정의하기 위한, 지극히 일반적이고 과학적인 논쟁의 과정일 뿐이며, 조류의 기원과 진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쟁이 아님을 밝힌다. 시조새 발견 이후 이어진 수백 년간의 논쟁은 깃털 공룡에 대한 수백편의 논문들과 함께 역설적으로 시조새를 포함한 원시조류가 어떻게 공룡으로부터 기원해 현생조류로 진화하였는가를 지시하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또한 최근 발표되는 깃털의 기원에 대한 논문들에서, 깃털은 현생 조류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깃털과 동일한 케라틴이라는 성분이 파충류 비늘로부터 다양한 형태적 변이를 통해 비행형 깃털로 진화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진화 과정을 지시하는 다양한 단계의 원시깃털들이 공룡화석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진실이며 실증의 산물이다. 우리 과학자들 간의 학술적 논쟁은 새로운 과학을 위한 하나의 발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논쟁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누려 온‘시조새’의 위치가 언제든지 바뀌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야기된 시조새의 논란은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인 편향에서 출발한다. 소위‘교진추’라는 단체가 제기한 시조새에 관한 교과서 수정 내지 삭제 요구는 현생 조류의 조상인 시조새가 이제는 새가 아닌 공룡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기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공룡에서 조류의 유일무일(?)한 ‘중간 종’인 시조새가 이제는 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진화론 이론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주지하다시피 시조새만 진화 계통의 ‘유일한 중간 종’이 아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모든 생물들은 생물의 기원으로부터 현생 생물 사이의 어느 단계에서 조상으로부터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멸종한‘중간 종’들이다. 모든 생물들은 그 조상이 있으며 각 종이 일시에 개별적으로 창조돼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이 청원의 또 다른 문제점은 마치 시조새의 진화적 증거에 대해 ‘학자들이 부정한 것처럼 호도’하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학계의 당연한 논쟁과정을 마치 학계 내부에서조차 진화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검증과 논박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계의 발전 과정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주장은 시조새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들의 억지 주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증거와 연구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오히려 학계에서 공인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을 주류 의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우리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논쟁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청원 내용은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의도적 왜곡이나 무지로 인한 오해로 인해 그나마 언급된 과학적 자료들에 대한 해석도 오염돼 있으며, 논점을 이탈한 주장들도 많아서, 학문적인 면에서는 관련 과학단체가 응대해 줄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교과부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그들의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버렸고, 한 술 더 떠서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도 들어보지 않고 출판사에 수정 내지는 삭제를 지시한 지극히 편향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의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우리들은 150년 이상 연구되고 실증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화론 이론이 진화론의 그 자체의 가치를 넘어 마치 ‘진화’와 ‘창조’로 이슈화되는 이분화적인 논쟁의 확산을 경계하고자 한다. 도리어 우리는 진화에 대한 과학적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새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해 학생들이 진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진화의 사실을 습득하도록 요구하고자 한다.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과연 과학적인가? 
반론_ <교수신문> 진화론 관련 기사를 읽고

2012년 07월 16일 (월) 윤상민 기자
 
<교수신문> 648호(6월 11일자)에 실린 진화론 관련 기사를 보고 김장훈 아주대 교수(건축학과)가 반론글을 보내왔다. 진화를 기정사실화 한 토대 위에서만 설명이 가능한 진화론 역시 과학의 영역보다는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더 가깝다는 것이 김 교수의 요지다. 김 교수는 2007년 창조과학회에서 강연을 한 경력이 있다. 때마침 고정칼럼 ‘學而思’에 허민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시조새 논란’에 대해 글을 보내왔다.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의 청원 내용은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의도적 왜곡이나 무지로 인한 오해로 인해 과학단체가 응대해 줄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허 교수는 고생물학회장을 맡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교수가 결론에서 더 이상 이 논쟁을‘창조론 vs 진화론’으로 몰아가지 말아 달라고 글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의 이해를 위해 두 글을 함께 게재했다.

김장훈 아주대·건축학과
 
6월 들어서만 지금까지 <교수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에 진화론과 관련된 기사와 사설이 여러 편 실린 것을 보면 1859년 다윈 선생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부터 촉발된 진화론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인가보다. 최근에 불거진 논쟁의 요지는 지금까지 진화의 증거라고 각 급 학교에서 가르쳐온 시조새 화석과 말의 화석에 대한 설명을 초중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비난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류 과학계와 <교수신문> 등 각종 언론의 반응이다. 그중에서 150여년을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진화론에 대한 논쟁의 핵심을 단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준 것은 6월 11일자 교수신문 1면의 머리기사「수정 청원은‘학자적 양심’? … 비판 잇따라」와 이를 보완하듯 게재된 5면의「법정에 간 ‘진화론’, 과학적 지식으로 더 공고해져」라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지성을 대표하는 신문답게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논평하는 듯했지만 논조는“이미 과학으로 판명된 진화론을 왜 부정하는가?”였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6월 8일자 사설‘과학까지 넘보려는 기독교 창조론’은 이런 움직임을 기독교 세력의 과학 흔들기로 단정했고, 나아가 뉴라이트 학자들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와 동일시했다. 한마디로 종교논리가 과학이론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교과서 수정 움직임과 이에 대한 반발과 같은 종류의 충돌은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일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의 중심에는 바로 “진화론이 과연‘과학적’일까?”라는 해묵은 명제가 있고, 진화를 절대적 사실로 단정해 이에 대한 과학적 논증 자체를 금기시하는 주류 과학계의‘비과학적’태도가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과학적’이기 위한 조건이라면, 첫째, 현재 발생해야 하고, 둘째,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실험해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 발생하지도 않고, 관찰할 수도 없고, 실험할 수도 없다면, 이는 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검증과정에 따르면, 기독교 창조론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과학적 증거나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채 진화를 기정사실화 한 토대 위에서만 설명이 가능한 진화론 역시 과학의 영역보다는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더 가깝다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에 ‘과학적’이라는 지위를 부여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지를 보내는 것은 오히려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태도가 <교수신문>이 말하는 학자적 양심인가. 실제로 역사상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이론이 이런 검증과정을 통해 그 진위가 판명됐으며, 한때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적지 않은 수의 과학적 발견과 이론들이 결국에는 거짓이나 조작으로 밝혀져 오명을 안고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에는 1912년에 발표돼 1953년 조작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기까지 40여년을 진화론의 명백한 증거로서 자리매김했던 필트다운인도 있었다. 과학의 한 세대가 10년이라고 가정한다면 무려 4세대 동안 명백한 증거(?) 앞에서 어떤 지성적 학살이 벌어졌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참으로 불공정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시조새 화석과 말의 화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진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진화의 명백한 증거일 수 있겠지만, 진화를 기정사실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으로 열어놓은 입장에서는 전후좌우를 살펴볼 때 그리 잘 갖추어진 증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起源에 대한 가설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설명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학적 검증 절차 없이 진화를 기정사실로 믿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된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화될 소지가 크다.
자연계가 살아 숨 쉬는 원리와 진실을 규명하는 학문인 과학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은 유명저널인가? 한때 힘 있고 잘사는 나라였을 것으로 기억될 미국의 사례인가? 저명한 교수인가? 아니면 주류과학계의 의견인가?
 
과학의 진정한 권위는 합리적 의심에 따른 과학적 검증과정을 통하여만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연현상의 원리와 질서를 설명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과학적 검증을 위한 논리적 잣대를 들여대는 것이 진정한 과학도의 자세가 아닐까. 따라서 진화론 논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화론을 옹호하는 과학자들에게 진화의 과학적 증거 제시와 함께 진화 메커니즘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학계, 언론계, 교육계가 과학의 편향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이 나라에 그리고 나아가 이 세상에 과학의 민주화가 실현될 날은 과연 언제인가.
 

“진화론은 가르쳐야 할 핵심이론…생명탄생과 진화는 구분해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고등학교 교과서 진화론 유지로 입장 정리
2012년 09월 10일 (월) 윤상민 기자
 
국내 과학 석학들의 메카,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정길생)이 최근 논란이 됐던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논쟁에서 사실상 진화론자의 손을 들어줬다. 11인의 과학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협의회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화론은 증명되지 않은 가설이 아닌, 반드시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핵심적 이론이다. 둘째, 아직도 충분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생명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는 구분해야 한다. 셋째, 진화의 과정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것에서 생기는 오해는 줄여야 한다. 넷째, 시조새와 말의 화석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전문가협의회가 검토한 진화론에 대한 현대 과학적 해석을 반영한‘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진화론 내용 수정·보완 가이드라인’은 지난 5일, 한국과학창의재단, 서울시 교육청, 인정교과서 출판사들에게 각각 전달된 상태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 6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회장 이광원, 이하 교진추)가 현재 교과서에 실린 ‘시조새’와 ‘말의 진화과정’이 진화론의 근거로 부적절하다는 개정청원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청원을 받아들였고, 출판사들은 서울시의 권고대로 교과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미온적이었던 과학계의 대응은 <네이처>지에 ‘한국 정부가 창조론자에게 굴복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기사가 보도된 이후 강경조로 돌아섰다. <사이언스> 역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11인의 과학전문가협의회가 검토
서울시는 ‘과학 vs 종교’로 확대된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진화론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과 이 문제를 해결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것을 논의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협의회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3인, 진화론과 화석학 분야 전문가 5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이하 기과협)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화석학과 고생물학을 전공한 최덕근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가 맡았다.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학회의 연합회인 기초과학학회연합회장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 김유항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황의욱 경북대 교수(과학교육학) 등이 참여했다.
 
시조새는 진화의 아이콘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은 이빨, 날카로운 앞발로 봐서는 육식공룡의 일종이라 간주됐을 시조새가 깃털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진화의 아이콘이 됐다고 설명했다. 1978년 발견된 시조새 화석 말고도 9개의 화석이 더 발견된 것과 최근 20년 사이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현생조류로 진화하는 20종 이상의 원시조류의 화석이 발견된 것이 시조새가 중간종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관장은 “말의 진화과정을 설명한 현행 교과서의 관련 표는 1926년에 발표된 단선형인데 이를 수정하지 않고 오늘까지 사용해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관목형으로 표현방식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진화론 문제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불거진 이유는 뭘까. 그동안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념 위주의, 그리고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으로 철저히 구분된 검정교과서가 사용돼왔다. 이덕환 교수는 이 검정교과서가 인정교과서로 바뀌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분석하면서 “지난 10년 간 전국의 과학교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검정교과서로는 과학에 관심을 갖게 못하니 활로로 융합형 과학교육을 시도한 인정교과서를 허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김이 대폭 줄어든 인정교과서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순화한 (1~3쪽 분량) 진화론은 충분한 이해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게 됐다. 인정 교과서의 출판체제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직접 감독하고 승인했던 검정교과서를 대체하기 위해 출범한 인정교과서는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인정감독한다. 출판사별로 각 집필진을 선정하고, 이들이 만든 교과서를 서울시 교육청이 검토, 승인하면 인정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진화론처럼 개정청원이 들어올 경우, 이를 적극 검토할 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진추, 가이드라인 재고 요청
이덕환 교수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의가 제출될 때 집필진이 당황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검정과는 다른 차원으로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상시적인 인정감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논란이 된 인정교과서 발간제도를 확실히 뿌리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제도 보완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 과학계 전문가협의회의 발표는 시기적으로 서두른 느낌이 없지 않다. 2013년 교과서로 인정받기 위해서 9월 말까지 수정된 교과서를 서울시 교육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5일 오전 전문가협의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7개 출판사에 전달했다.
 
반면 교진추는 지난 6일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광원 교진추 회장은 “전문가협의회의 구성에 청원 당사자인 교진추와 출판사이 집필진을 참석시키지 않은 것은 가이드라인 작성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지적하며 “시조새가 중간종이라는 진화론의 한 가지 가설만 교과서에 싣지 말고 다른 가설들도 실어야 한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전문가협의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재고도 요청했다. 이 회장은 생명의 기원에 대해 한 발 물러선 과학계의 입장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교진추의 앞선 두 청원이 진화론 삭제를 요구하는 양 오도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가설로는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없고, 학생들에게 바른 가치관을 정립해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다. 교진추는 ‘화학진화’로 과학교과서 개정청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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