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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는 윤리관부터 바꿔야 한다 (교수신문_2014 11 17)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4-11-25 14:24 조회 7,329

전환기 한국 종합진단, 지속가능발전 탐색_교수신문_2014 11 17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보는 윤리관부터 바꿔야 한다 
 

조도순 교수 가톨릭대, 생명·환경학부한국생태학회장 
 
 
생태계의 살아 있는 생물군집을 구성하는 모든 다양한 종류의 생물을 합쳐서 생물다양성이라고 부른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근원이며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의 대부분을 생물다양성에 의지해왔다. ‘생물학적 다양성’을 줄인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지 30년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생물다양성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생물다양성이 전 세계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에서 지금까지 5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그 중 마지막 대멸종은 6천5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이 멸종하면서 일어났다. 그러나 20세기와 21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제6의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근본적으로는 과도한 인구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빈곤, 부패, 세계화 등이 간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직접적 요인으로는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생태계 단편화, 과도한 수확, 외래종의 침입, 환경오염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발전에 치중하느라 자연생태계의 보전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왔으며 그 결과 갯벌의 과도한 매립, 산림의 농경지 및 택지, 산업단지 등으로의 전용을 비롯한 야생동식물 서식지의 감소가 크게 일어났다. 밀렵, 침입성 외래종, 지구온난화에 의한 환경변화 등도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환경오염 가운데서 자연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산성비나 오존층 파괴보다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기후변화다. 지구온난화는 홍수, 가뭄, 강설, 산불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증가로 나타나며 이로 인해 지난 20여 년 간 국립공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자연생태계가 그 영향을 받아 왔다. 정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대책과 함께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저감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없으나 여러 가지로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아무 혜택도 주지 못한 채 핵폐기물의 처리비용과 피해만 전가시키게 된다. 풍력, 수력, 조력 및 바이오 에너지는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식량생산이 줄어들고 열대의 원시림이 파괴될 수 있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센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내륙지역에서는 바람이 센 곳은 대개 경치가 뛰어난 산 능선부다. 풍력발전기는 소음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특히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멸종위기의 맹금류가 날개에 부딪혀 죽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우리는 일제가 북한산 꼭대기에 박은 몇 십cm의 철심에는 분노하지만 높이가 100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가 산 능선에 서 있을 때의 경관적인 또는 심미적인 피해에는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덜 민감하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온실가스를 저감할 필요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게 돼 국내에서는 대암산-대우산, 가로림만 등 중요한 생태계의 보전에 지속적인 갈등요인을 만들고 있다.


자연보호지역 추가 지정 노력 필요


국내법적, 그리고 국제적 자연보호지역의 지정은 생물다양성의 보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관리하는 환경성과지수(EPI)를 잣대로 삼아 평가해 볼 수 있다. 환경성과지수는 2000년부터 환경지속성지수(ESI)로 시작했는데 2002년에는 142개국 중 135위를 차지했고 이는 특히 우리나라의 국토면적에 대한 보호지역의 비율이 4.2%로 낮게 등록된 탓이었다. 그 이후 환경성과지수는 계속 상승해 2014년에는 178개국 중 4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자연생태계와 관련되는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부분에서는 2014년도에 178개국 중 108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특히 육지지역의 보호지역 면적이 6.17%로 낮게 잡혀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자연공원은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지질공원을 포함 총 81개소로서 자연공원의 육지지역의 총 면적은 전 국토 면적의 5.0%에 해당한다.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의 아이치 목표에 의하면 각 당사국은 2020년까지 육지지역의 보호지역 면적을 17%까지 증가시켜야 하므로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서 세계보호지역데이터베이스 등록 개선 작업과 함께 국립공원 및 DMZ생물권보전지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보호지역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윤리관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환경윤리의 적용 대상이 이성을 가진 유일한 생물종인 인간이라고만 여기고 있으며 그래서 다른 생물종을 비롯한 자연에 대해서는 책임과 의무를 느끼지 않고 있는데 환경윤리학자들은 이러한 인간중심적 윤리관이 생물다양성 소실과 자연 파괴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윤리관으로는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오직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의 정도만으로 측정되게 된다.


노르웨이의 철학자 네스(Naess)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춘 선진국의 환경운동을 표층생태주의(shallow ecology)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환경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생태중심적 윤리강령인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환경윤리의 대상을 현재의 인간으로부터 미래의 우리의 후손으로, 다른 동식물로, 그리고 자연생태계로 확대해나가야 할 때가 됐다. 우리의 환경정책과 환경관리를 인간중심적 표층생태주의에서 생태중심적 심층생태주의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생태중심윤리의 환경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때때로 사용하면서, 또는 친환경 비누로 수질 오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면서 우리는 개인적으로 환경을 살리고 있다고 자부하기 쉽지만 실제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는 둔감하다. 이제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생태계의 평범한 시민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예와 같이 우리는 많은 개발사업의 시행을 주민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중심윤리에서는 미래의 우리의 후손, 그리고 생태계도 도덕의 적용대상이다. 그러므로 자연생태계가 중요하고 아름다운 곳에서는 개발의 결정이 현재의 주민들의 의견만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다른 곳에 사는 국민들, 그리고 미래세대와 자연 자체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생물다양성과 주민의 이익도 함께 고려


한편 올바른 환경윤리관을 가진다고 저절로 생태계가 보호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자연과 생물다양성의 다양한 가치를 경제적으로 올바르게 평가해 법 집행에 적용해야 한다. 개발과 보전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서 인간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도구적 가치를 중심으로만 개발 유무를 결정해 왔다. 그러나 종의 출현 시기가 비교적 최근인 인간과 관계없이 많은 생물들은 수백 만 년의 진화를 통해 발전해 왔기에 이들이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해 왔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은 스스로의 내재적 가치를 가지며 여기에는 존재가치와 도덕적 가치도 포함된다. 그 외에도 생태적·교육적·문화적·심미적·영적 가치도 경제성 평가에 포함시켜야 한다. 여러 종류의 자연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이 높아 보전가치가 크지만 철조망을 치고 사람의 출입을 금지한다고 보전되는 것은 아니며 지역주민이 생물다양성의 혜택을 받을 때 효율적인 보전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처럼 생태관광 및 녹색경제와 같이 자연을 이용해 지역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보전 및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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