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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왜 취업률을 강조하는가? (교수신문_2015 4 28)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5-05-20 17:41 조회 1,871

교육부는 왜 취업률을 강조하는가? (교수신문_2015년 4월 28일)
박재묵 논설위원 (교수, 충남대 사회학)
 

기초학문의 입지가 요즘처럼 초라해 보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학생이나 교수의 정원 배정에서 기초학문 분야가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고, 지금은 학과 자체의 존폐 문제가 기초학문 분야를 엄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에 따라서는 기초학문분야 학과를 폐지하기보다는 학과의 명칭을 변경하거나 인접학과 간 통폐합을 선택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런 경우에도 사실상 학과는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 교수는 아직 남아 있지만, 커리큘럼에서는 이미 기존 학과의 학문적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초학문 분야의 위기를 가져온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최근에 와서 기초학문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소는 아마도 취업률을 강조하는 당국의 대학 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의 핵심적 수단은 대학평가제도다. 당초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분야에 획일적인 방식으로 적용해 오던 취업률 지표가 몇 차례 수정돼 왔고,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들어설 때마다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체계를 보완하겠다는 발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취업률은 대학평가의 핵심적인 지표로 남아 있다. 그 영향으로 대학 내부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평가와 자원 배분에서도 취업률은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달라지면 대학의 정원과 학과 구성도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하나의 조직으로서의 대학이 환경 변화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원과 학과 구성을 끊임없이 변화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나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부가 취업률이라는 평가지표를 강조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는 기초학문분야의 축소라는 매우 획일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도대체 교육부가 왜 취업률을 대학에 대한 평가의 지표로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졸업생의 취업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은 교육부가 아니라 개별 대학이다. 학생 자원이 부족한 여건 하에서 대학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취업률이라도 높여서 홍보에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 특히 사립대학들은 이미 자기들이 알아서 취업률 위주로 학과를 설치하고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이런 대학도 과연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육 당국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거시적 안목에서 학문의 균형적 발전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 즉 취업률이 낮은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우리 교육당국은 개별 대학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에 과도하게 행정력을 투하하면서 정작 국가기구로서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평가체계가 타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학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주로 취업에 있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대학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듯이 대학의 존재 이유, 가치 및 목표도 매우 다양하다. 흔히 말하는 학문의 창달 역시 중요한 한 가지 요소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추구해야 할 바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스스로 규정해 나가야 할 대상이다. 지금처럼 교육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을 재단하려드는 것은 대학의 본질에 대한 왜곡된 이해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교육부는 대학을 지배하고 관리하려 들기 전에 먼저 대학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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